“자다가 저를 때렸습니다”
배우자분이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다가 고함을 지르고 팔을 휘두르고, 어느 날은 침대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정작 본인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공격받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꿈속에서는 배우자를 지키려 했는데 현실에서는 그 배우자를 다치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꿈꿀 때 몸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우리 잠은 크게 논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뉩니다. 렘수면은 얕은 잠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때 대뇌는 깨어 있을 때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활발히 활동합니다.
생생하고 복잡한 꿈을 꾸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그런데 대뇌가 그렇게 활발한데도 몸은 가만히 있습니다. 뇌에서 몸으로 가는 운동 신호가 뇌간에서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몸에서 뇌로 오는 감각 신호도 함께 차단됩니다.
컴퓨터로 치면 본체는 켜져 있는데 인터넷 연결만 끊긴 상태에 가깝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이 차단이 풀린 상태입니다. 대뇌가 꿈을 꾸는 대로 신호가 몸까지 전달되니, 꿈속 행동이 그대로 나옵니다.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요
대부분 쫓기거나 공격받는 불쾌한 꿈을 꾸며, 그에 맞서는 행동이 나옵니다. 소리를 지르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고, 심하면 침대 밖으로 뛰어내리거나 가구 위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다치는 일이 매우 흔합니다. 멍이나 찰과상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 골절이나 출혈까지 보고되어 있고, 환자의 79~96%가 수면 중 외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명 중 1명 정도로 추정되며 대부분 남성이고 50대 이후에 시작됩니다.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습니다.
파킨슨병과의 관계 — 꼭 알아 두셔야 할 부분
이 부분을 말씀드릴지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텐데, 알고 계시는 편이 낫습니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분의 3분의 1 이상에서 3년 이내에 파킨슨병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킨슨병·치매·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을 가진 분에게서 렘수면행동장애가 흔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이것이 곧 파킨슨병 진단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 몸에서 미리 알려 주는 신호를 받은 셈입니다. 정기적으로 신경학적 진찰을 받으면 변화가 생겼을 때 가장 이른 시점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 후에는 파킨슨병 관련 증상(가만히 있을 때의 떨림, 몸이 뻣뻣해짐, 동작이 느려짐, 걸음의 변화)이 없더라도 진찰로 확인하고 경과를 지켜봅니다. 증상이 없다면 값비싼 검사까지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진단
먼저 함께 주무시는 분의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수면 중 과격한 행동이 있었는지, 그로 인해 다친 적이 있는지가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확진은 수면다원검사로 합니다. 렘수면 중에 근육 긴장이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소견이 확인되거나, 검사 중 실제 이상행동이 기록되면 진단합니다.
잠꼬대나 야경증 등 비슷해 보이는 다른 수면질환과의 감별도 이 검사에서 이루어집니다.
치료 — 대부분 잘 조절됩니다
다행히 약물치료에 잘 반응합니다. 1차 약물로 대부분에서 증상이 조절됩니다. 그 약을 쓰기 어려운 경우(수면무호흡이나 인지기능 문제가 함께 있을 때 등)에는 멜라토닌이나 다른 계열의 약을 씁니다.
약과 함께 침실을 안전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치지 않도록 침실을 정리합니다
- 침대 주변에 딱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을 두지 않습니다
- 침대 옆 바닥에 매트를 깔아 둡니다
- 창문 가까이에 침대를 두지 않습니다
- 증상이 심한 동안에는 따로 주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주 받는 질문
“낮에도 공격적인 사람인가요”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깨어 있을 때의 성격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다정하고 침착하다는 평을 듣는 분이 많습니다. 이 점을 가족분들께 꼭 말씀드립니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 증상이 잘 조절되더라도 약을 중단하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꾸준히 복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보시고, 중단 여부는 상의해 결정합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렘수면행동장애는 본인보다 옆 사람이 먼저 아는 병이고, 다칠 위험이 실제로 있는 병입니다. 잠꼬대가 심한 정도로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동시에 약으로 잘 조절되는 병이기도 합니다. 진단을 받고 침실을 정리하고 약을 쓰면, 대부분 안전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함께 주무시는 분의 관찰을 자세히 듣고, 수면다원검사로 확인한 뒤 약물치료와 안전 관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경학적 진찰로 경과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