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녁에 앉아 쉬거나 잠자리에 누우면 다리가 이상해집니다. 화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저리기도 하고,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주무르고 싶고, 자꾸 움직이고 싶습니다.
일어나서 걸으면 좀 나아집니다. 그런데 다시 누우면 또 시작됩니다.
증상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병원에서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혈액순환이 안 되나 보다” 하며 파스와 마사지로 몇 년을 보내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른 병과 구별되는 결정적 특징
이 병에는 다른 다리 질환과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의 네 가지 특징
- 다리에 불편한 느낌과 함께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 가만히 있을 때 시작되거나 심해집니다 —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
- 움직이면 나아집니다 — 걷거나 다리를 주무르면 덜해집니다
- 저녁과 밤에 심해집니다
네 가지가 모두 해당하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다른 병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족저근막염은 걸어 다닐 때 심해지고, 허리디스크는 자세를 바꿀 때 아픕니다. 가만히 있을 때 심하고 움직이면 낫는다는 점이 이 병의 지문입니다.
불면증의 숨은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누워 있을 때, 그리고 밤에 심해지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60~90%가 불면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다리 불편감을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이 안 온다”고만 하시다가, 문진 중에 다리 증상이 드러나 원인이 밝혀지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정상인의 5~10%에서 나타날 만큼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늘어 65세 이상에서는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도 진단을 못 받고 지내는 분이 많습니다.
주기성 사지운동증 — 자는 동안의 움직임
주기성 사지운동증은 잠들 무렵과 자는 동안 주기적으로 팔다리가 움직이는 상태입니다. 주로 발목을 까딱까딱하는 동작이 반복됩니다.
본인은 모르지만 이 움직임 때문에 잠이 얕아지고 자꾸 깹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약 80%에서 함께 나타나고, 치료 방법도 같아 같은 계통의 병으로 봅니다.
다리 불편감 없이 이것만 있는 분도 있습니다.
왜 생기나요 — 철분과 도파민
여러 연구를 통해 뇌 신경계의 도파민 기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뇌 세포의 철분 부족이 있습니다. 철분은 도파민을 만들 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철분이 부족해지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① 피 속 철분이 부족한 경우 — 고기 섭취가 적거나, 위장에서 흡수가 안 되거나, 월경·임신 등으로 손실이 많은 경우입니다. 당뇨·갑상선질환·만성신부전이나 일부 약물이 배경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이차성이라 하고, 철분 보충이 도움이 됩니다.
② 피 속 철분은 충분한데 뇌로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 —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일차성이라 합니다. 이쪽이 더 흔하고 가족력도 적지 않습니다 — 30~60%로 보고됩니다. 이때는 철분 보충보다 도파민 쪽 치료를 씁니다.
파킨슨병과는 관계없습니다. 도파민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문제가 생기는 뇌 부위가 달라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병으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검사
- 혈액검사(철분) — 페리틴 수치를 확인합니다. 75ng/mL 이하면 철분 보충을 고려합니다. 당뇨·신장·갑상선 기능도 함께 봅니다
- 신경전도·근전도검사 — 저림의 원인이 말초신경병이나 허리 신경뿌리 문제는 아닌지 감별합니다
- 수면다원검사 — 자는 동안의 다리 움직임을 확인합니다. 주기성 사지운동증 진단에 필요합니다
- 운동억제검사 — 검사 전 한 시간 동안 누워 다리 움직임을 기록합니다
치료
생활 관리
- 카페인을 끊습니다 — 증상을 뚜렷하게 악화시킵니다
- 금연하고 술을 줄입니다
- 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합니다
- 자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다리 마사지가 도움이 됩니다
- 증상을 악화시키는 약을 확인합니다 — 일부 소화제,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계열이 해당할 수 있습니다. 드시는 약이 있으면 알려 주십시오
약물치료
증상이 주 3회 이상이면 약을 시작합니다. 그보다 드물면 생활 관리로 조절하고, 증상이 있는 날에만 복용하기도 합니다. 횟수가 적어도 증상이 심하면 치료를 시작합니다.
- 도파민 계열 — 감각 증상과 움직이고 싶은 충동에 효과가 좋습니다. 증상이 주로 밤에 오므로 자기 두 시간쯤 전에 복용합니다. 적은 용량으로 시작하니 처음에 효과가 약하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서서히 올려 가며 맞춥니다
- 신경통 계열 — 감각 증상과 수면장애에 함께 효과가 있습니다
- 철분 보충 — 페리틴이 낮으면 보충합니다. 먹는 약은 위장 불편·검은 변이 있을 수 있고 시간이 걸립니다. 주사는 효과가 빠르지만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개월 만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해 이어서 치료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철분 부족이 원인이었다면 보충만으로 증상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다리에만 생기나요” — 다리가 흔해 붙은 이름이지만 팔이나 몸통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다리 중에서는 종아리와 정강이가 가장 흔합니다.
“파킨슨병 약이라던데 괜찮나요” — 앞서 말씀드린 대로 두 병은 별개입니다. 같은 계열의 약을 쓴다고 파킨슨병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 아닙니다. 증상이 드물면 생활 관리부터 하고, 필요한 날에만 복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하지불안증후군은 흔한데 잘 진단되지 않는 병입니다. 증상을 설명하기 어렵고, 다리 문제로만 여겨 정형외과를 먼저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심하고 움직이면 낫는다” — 이 한 문장이면 대부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래 잠을 설쳐 오셨다면 다리 증상이 함께 있지는 않은지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진료에서는 증상의 네 가지 특징을 확인하고 철분 수치를 포함한 검사로 원인을 나눈 뒤, 생활 관리와 약물치료의 비중을 정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