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다 정상이라는데, 왜 아플까요”
MRI와 CT를 찍고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두 검사는 뇌의 구조(모양)를 보는 검사입니다. 종양이나 출혈이 없다는 뜻이지, 뇌의 기능이 정상이라는 뜻도, 두통이 가짜라는 뜻도 아닙니다.
두통 환자의 대부분은 검사에서 구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일차성 두통이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편두통입니다. 편두통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겪고, 여성에게 약 3배 흔하며,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 순위에서 상위에 꼽힐 만큼 삶에 큰 영향을 줍니다.
편두통이 생기는 과정
편두통은 혈관만의 문제도, 스트레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예민해진 뇌 회로에서 시작되는 연쇄 반응입니다.
CGRP는 발작 중 혈중 농도가 올라가고, 정맥에 주사하면 발작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핵심적인 물질입니다. 최근의 편두통 치료제가 이 CGRP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이 편두통을 악화시키나
유발 요인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두통 일기로 나의 방아쇠를 찾는 것이 예방의 시작입니다.
호르몬은 수치 자체보다 변동폭이 문제입니다.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질 때 발작이 유발되기 때문에 월경 전후에 몰리고, 호르몬이 안정되는 임신 중에는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페인을 매일 마시다 끊으면 반동 두통이 오는 것도 진통제 과용과 같은 원리이며, 이를 카페인과용두통이라고 합니다.
편두통은 네 단계로 지나갑니다
조짐은 뇌 뒤쪽 시각피질을 따라 전기 파동이 천천히 퍼지면서 생깁니다. 편두통 환자의 시각피질은 흥분 역치가 낮아 이 파동이 잘 발생합니다.
조짐 중 가장 흔한 것이 시야에 반짝이는 지그재그 무늬가 생기고 그 안쪽이 안 보이는 증상입니다. 이를 섬휘암점이라고 부릅니다.
처음 겪으면 눈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과를 찾는 분이 많습니다. 한쪽 눈을 가려도 양쪽 모두에서 같은 무늬가 보인다면 눈이 아니라 뇌에서 오는 증상입니다.
“한쪽만, 욱신거려야” 편두통이 아닙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바로잡는 오해입니다.
- 양쪽이 함께 아픈 경우도 약 40%입니다.
- 욱신거림이 아니라 누르거나 조이는 통증일 수도 있습니다.
- 어지럼이 주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전정편두통).
- 목·어깨 통증은 매우 흔한 동반 증상입니다. 편두통의 삼차신경 회로가 상부 경추와 연결되어 있어 생기며, “목이 아파서 두통이 온다”기보다 편두통이라서 목이 아픈 것에 가깝습니다.
진단의 핵심은 통증의 위치나 양상보다 구역감, 빛·소리 과민, 일상생활의 지장입니다.
스스로 확인해 보는 3가지 질문
지난 3개월간 두통과 함께 다음이 있었나요?
- 두통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
- 구역감(메스꺼움)이 있었다
- 빛이 부시고 싫어졌다
2개 이상 해당되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선별검사 기준, 민감도 81%·특이도 75%). 다만 최종 진단은 진료에서 다른 두통과 감별한 뒤 내려집니다.
정량뇌파로 본 편두통
구조 검사가 정상이어도 뇌의 활동 패턴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정량뇌파로 확인합니다.
저희 의원 원장이 참여한 연구(편두통 환자 619명과 대조군 101명 비교, Brain and Behavior 2023)에서 편두통 환자군은 모든 주파수 대역에서 뇌파의 절대파워가 유의하게 높았고, 특히 고베타(25~30Hz) 영역에서 차이가 가장 뚜렷했습니다. 고베타에서 기준을 넘는 전극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편두통과의 연관성이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치료 전후 정량뇌파의 변화가 임상 증상의 호전·악화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치료 전후를 비교하면 변화가 더 분명합니다. 증상이 좋아진 환자에서는 붉게 올라와 있던 활성이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즉 정량뇌파는 뇌 회로가 과민한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치료 경과를 함께 추적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 하나로 편두통이 확진되는 것은 아니며, 문진·진찰과 함께 해석합니다.
진통제가 두통을 만드는 경우
두통 → 진통제 → 내성 → 더 잦은 복용 → 더 잦은 두통. 이 악순환이 약물과용두통입니다. 일반 진통제를 월 15일 이상, 트립탄이나 복합진통제를 월 10일 이상 3개월 넘게 복용하고 있다면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두통이 15일 이상 있는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지면 만성편두통으로 봅니다. 진통제 남용, 수면장애, 비만, 우울·불안, 카페인 과다가 만성화의 위험 요인입니다.
치료는 두 축으로 갑니다
급성기 치료 — 시작된 두통을 멈춥니다. 트립탄 계열, 디탄 계열(혈관 수축 작용이 없어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CGRP 수용체를 차단하는 게판트 계열, 소염진통제를 상황에 맞게 사용합니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 참다가 심해진 뒤 복용하면 이미 뇌 회로가 통증에 과민해진 상태라 효과가 떨어집니다.
예방 치료 — 발작이 오지 않게 미리 차단합니다. 경구 예방약, CGRP 표적 항체 주사, 예방용 게판트, 만성편두통에서의 보툴리눔 톡신 주사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 해당하면 예방 치료를 고려합니다.
- 한 달에 4회 이상 편두통이 있을 때
- 급성기 약이 잘 듣지 않을 때
- 부작용이나 금기로 급성기 약을 쓰기 어려울 때
- 두통으로 일상생활 장애가 심할 때
- 약물과용두통의 위험이 있을 때
예방약은 효과 판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일정 기간 꾸준히 복용한 뒤 조정합니다. 규칙적인 수면·식사, 유산소 운동, 두통 일기를 통한 유발 요인 관리도 함께할 때 결과가 좋습니다.
이런 두통은 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 1분 이내에 정점에 이르는 벼락 같은 두통 —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 마비, 시력 변화, 의식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있을 때
- 발열·체중 감소가 동반되거나 암 병력이 있을 때
- 40세 이후 처음 시작된 두통, 기존과 양상이 확 달라진 두통
- 누울 때·일어설 때, 기침이나 힘을 줄 때 심해지는 두통
-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의 새로운 두통
- 진통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점점 심해지는 두통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검사가 정상이라는 말은 뇌의 구조가 정상이라는 뜻이지, 두통이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편두통은 진단되면 치료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진료에서 두통의 종류를 가리고, 필요한 검사로 확인한 뒤 급성기와 예방 치료를 함께 계획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