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성스마트신경과

HEADACHE CLINIC

삼차신경통

삼차신경통

“세수를 못 하겠습니다”

찬물이 뺨에 닿는 순간, 칫솔이 잇몸을 스치는 순간, 밥을 씹으려고 입을 벌리는 순간 — 한쪽 얼굴에 전기가 통하듯 번쩍하는 통증이 지나갑니다. 길어야 몇 초에서 몇 분이지만 강도가 워낙 세서, 통증이 무서워 세수도 식사도 피하게 됩니다.

많은 분이 처음에는 치과를 찾습니다. 통증이 잇몸과 턱 쪽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받고, 때로는 멀쩡한 이를 뽑고도 통증이 그대로 남아 그제야 신경과로 오시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이 통증은 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 신경이 아픈 것입니다. 원인이 다르니 치료도 다릅니다.

삼차신경 — 세 갈래로 갈라진 얼굴의 감각 신경

삼차신경은 뇌에서 직접 나오는 12쌍의 신경 중 다섯 번째 신경으로, 얼굴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이름의 ’삼차(三叉)’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이고, 실제 생김새가 그렇습니다.

삼차신경의 세 가지가 나눠 맡는 얼굴 부위 — V1 이마와 눈, V2 광대와 위턱, V3 아래턱
삼차신경절에서 나온 세 가지가 각각 다른 구역을 맡습니다. 그래서 통증도 얼굴 전체가 아니라 특정 구역에만 나타나며, 어느 구역이 아픈지가 진단의 단서가 됩니다.

통증이 가장 흔한 곳은 V2(광대·위턱)와 V3(아래턱) 영역입니다. 하필 이 두 구역이 치아와 잇몸이 있는 자리라, 치통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뒤통수와 목은 삼차신경이 아니라 목신경(C2·C3)이 맡습니다. 그래서 뒤통수가 아프다면 삼차신경통이 아니라 후두신경통 쪽을 먼저 살펴봅니다. 얼굴이냐 뒤통수냐가 두 병을 가르는 첫 갈림길입니다.

신경통은 ’다친 통증’과 다릅니다

넘어져 다치거나 칼에 베였을 때의 통증은 상처에서 신호가 올라오는 통증입니다. 반면 신경통은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 자체가 잘못되어 생기는 통증입니다. 얼굴에 아무 상처가 없어도 아플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통증의 성격도 다릅니다. 신경통은 짧고(수 초~수 분) 전기가 오듯 찌릿한 것이 특징이며, 상처의 통증처럼 며칠씩 은근하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얼굴의 감각이 삼차신경과 숨뇌, 시상을 거쳐 대뇌 감각피질까지 전달되는 경로와, 어느 구간의 문제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진단명
같은 얼굴 통증이라도 신경 자체가 문제면 삼차신경통, 뇌 안쪽(숨뇌·시상)이 문제면 중추성 통증으로 구분합니다. 이름이 다르면 치료도 달라집니다.

어떤 통증인가요

삼차신경통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

  1. 한쪽 얼굴에만 나타납니다 — 양쪽이 동시에 아픈 경우는 드뭅니다
  2. 전기 쇼크처럼 예리하고 찌릿하며, 수 초에서 수 분 만에 끝납니다
  3.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까지 반복될 수 있습니다
  4. 세수 · 양치 · 씹기 · 말하기 · 얼굴을 만지는 동작이 방아쇠가 됩니다
  5. 바람만 스쳐도, 때로는 아무 자극 없이도 시작됩니다
  6. 발작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합니다

아주 심한 발작 뒤에는 몇 분간 둔한 통증이 남기도 합니다. 통증이 워낙 갑작스럽고 강해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데, 이 모습 때문에 오래전부터 ’고통스러운 틱(tic douloureux)’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 왔습니다.

원인 — 넓게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환자분과 의료진 사이에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은 삼차신경 옆을 지나가는 혈관이 신경을 누르는 것입니다(드물게는 종양이 누르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증상이 전형적이고, 영상 검사에서 눌린 모습이 보이며, 수술로 눌림을 풀어 주면 결과가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삼차신경통’ 하면 이 그림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MRI 영상 — 삼차신경(긴 화살표)이 옆을 지나가는 혈관(짧은 화살표)에 눌려 있는 모습
MRI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모습입니다. 긴 화살표가 삼차신경, 짧은 화살표가 그 옆을 지나가며 신경을 누르는 혈관입니다. 이렇게 눌린 곳이 보이면 수술로 압박을 풀어 주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혈관이나 종양의 압박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삼차신경을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얼굴을 다친 뒤
  • 발치를 포함한 치과 치료 뒤
  • 얼굴에 생긴 대상포진을 앓고 난 뒤
  • 뚜렷한 계기 없이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압박이 아닌 원인으로 생긴 안면 통증은 전형적인 삼차신경통과 구분해 비전형 안면통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영상에서 눌린 혈관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통증이 없는 것도, 꾀병인 것도 아닙니다.

양쪽이 함께 아프다면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삼차신경통은 대개 한쪽에만 생깁니다. 드물게 양쪽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다발성 경화증 같은 다른 신경 질환이 숨어 있지 않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경우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해 좀 더 폭넓게 살펴봅니다.

치료는 약부터 시작합니다

삼차신경통 치료 단계 — 항경련제와 가바 계열 약물, 압박이 확인될 때의 수술적 치료, 대안으로서의 감마나이프와 신경차단술

전형적이든 비전형적이든, 먼저 약물치료를 시도합니다. 신경통에는 일반 진통제가 잘 듣지 않고, 신경의 과민한 신호를 가라앉히는 약이 따로 있습니다. 그중 항경련제 계열이 효과가 가장 좋아 대부분 여기서 시작하며, 반응이 부족하면 가바 계열 약물을 함께 쓰거나 바꿔 씁니다.

다만 항경련제에는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할 부작용이 하나 있습니다. 만 명에 한 명 정도로 드물지만,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매우 심한 피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적은 양에도 생길 수 있고 미리 예측할 방법이 없어, 복용을 시작한 뒤 발진·물집·입안 헐음·고열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멈추고 바로 알려 주셔야 합니다. 드문 일이지만 늦게 알면 위험할 수 있어, 처음 약을 드릴 때 이 부분을 꼭 함께 설명드립니다.

약물로 조절이 잘 되지 않고 영상 검사에서 혈관이나 종양의 압박이 확인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합니다. 그 외에 감마나이프나 신경차단술 같은 비수술적 방법도 있는데, 이는 신경에 의도적으로 손상을 주어 통증 신호를 줄이는 원리입니다. 초기 효과는 좋은 편이지만 얼굴 감각이 둔해지는 부작용이 흔하고 시간이 지나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득과 실을 따져 신중히 결정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진료를 받아 보세요

다음에 해당한다면 신경과에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도 얼굴 통증이 그대로입니다
  2. 한쪽 뺨이나 턱에 전기 오듯 찌릿한 통증이 반복됩니다
  3. 세수나 양치처럼 사소한 자극이 통증을 일으킵니다
  4. 통증 때문에 식사나 세면을 피하게 됩니다
  5. 얼굴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함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처럼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가 동반되면 단순한 삼차신경통이 아닐 수 있어 원인 검사를 먼저 진행합니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

삼차신경통은 통증의 강도에 비해 원인을 찾고 이름을 붙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병입니다. 치과와 이비인후과, 안과를 거쳐 오시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진료에서는 통증의 위치와 지속 시간, 무엇이 통증을 일으키는지, 발작 사이에는 어떤지를 확인해 다른 안면 통증과 감별하고, 필요한 경우 영상 검사로 눌림이나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 위에서 약물치료부터 차근히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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